젠V, 영웅이 되기 전

화려하지만 낯설게 불편한 세계

<젠 V>는 슈퍼히어로 드라마지만 전형적인 정의의 영웅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꽤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. 이 작품 속 젊은 히어로 후보들은 화려한 힘을 가졌지만, 그 힘을 시험 받는 무대는 학교라는 좁고 잔인한 사회다.

영웅담을 비튼 청춘극

드라마의 매력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틀을 비트는 데 있다. 힘이 있다는 건 단순히 세상을 구할 자격을 의미하지 않는다. 오히려 누가 더 이용 당할 수 있는가 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. 피 튀기는 액션 속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폭력 자체가 아니라 젊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야망과 불안이었다.

불안정한 힘, 날카로운 인물들

• 마리 : 혈액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이다.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지만 내면은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. 그녀의 불안정한 힘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긴장을 유지 시킨다.

• 안드레 :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가졌다. 영웅이 되고 싶어 하지만, 가족의 그늘과 자기 모순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.

• 에마 : 몸 크기를 자유롭게 바꾸지만 그 능력은 동시에 자기 혐오와도 연결된다. 작은 몸으로 도망치고 큰 몸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은 씁쓸한 아이러니를 남긴다.

힘보다 중요한 건 선택

모든 화를 보고 나니 머릿속에 오래 남은 건 화려한 능력보다도 인물들의 선택이었다. 누군가는 타협했고, 누군가는 끝까지 버텼다.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. '만약 나에게도 그런 힘이 주어진다면,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?' <젠 V>는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니라 청춘의 불안과 욕망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이야기였다.